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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암 1위 전립선암, 진단 초기부터 '뼈 건강' 챙겨야 하는 이유
전립선암은 다른 암에 비해 비교적 천천히 진행되는 암으로 꼽힌다. 하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전립선암은 특이하게도 암세포가 뼈로 쉽게 이동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어, 치료 과정에서 뼈 건강 관리를 놓치면 전반적인 삶의 질과 예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암 치료에 집중하다 자칫 간과하기 쉬운 전립선암 환자의 뼈 건강. 진단 초기부터 뼈를 튼튼하게 지키고 관리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와 실천 방법에 대해 비뇨의학과 정재영 교수(국립암센터)와 자세히 짚어본다.
한국 남성 암 1위로 올라선 전립선암, 환자들이 유독 '뼈 건강'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올해 발표된 국가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전립선암이 처음으로 남성암 발생률 1위를 차지했습니다. 전립선암은 조기에 발견된 1, 2기 암의 경우 5년 생존율이 거의 100%에 다다를 정도로 치료 효과가 좋습니다. 하지만 진단 시기가 늦어 전이가 발생한 4기 암의 경우에는 5년 생존율이 30% 중반대로 크게 떨어집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바로 뼈 건강입니다.
전립선암은 진행 시 환자의 90% 이상이 뼈 전이를 경험할 만큼 뼈로 쉽게 전이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또한 전이가 없더라도 주요 치료법인 '남성 호르몬 차단 요법'을 시행하면 뼈의 밀도가 급속하게 떨어지는 부작용이 동반되기 때문에, 치료 시작 단계부터 암 치료와 뼈 건강 관리를 반드시 병행해야 합니다.
전립선암이 유독 뼈로 잘 전이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암세포를 하나의 '씨앗'이라고 하고 전이되는 장기를 '토양'이라고 비유해 볼 수 있습니다. 뼈 안쪽에 있는 골수라는 조직에는 암세포가 성장하기 좋아하는 풍부한 영양분과 여러 성장 인자가 모여 있습니다. 전립선암세포가 혈관을 타고 돌다가 뼈에 도달하게 되면, 뼈가 제공하는 미세 환경과 전립선암 세포가 서로 아주 잘 맞아떨어져 쉽게 자리 잡고 자라게 되는 것입니다.
전이가 없는 초기 환자라도 평소 생활 습관이나 호르몬 치료에 따라 뼈 건강에 악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그렇습니다. 전이가 없는 초기 환자라도 남성 호르몬 차단 요법을 받게 되면 골밀도가 매년 2~4%씩 감소합니다. 이는 폐경기 여성이 겪는 급격한 골밀도 감소와 유사한 수준으로, 밀도 감소가 누적되면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으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나쁜 생활 습관이 더해지면 뼈 손실은 더욱 빨라집니다. 잦은 흡연은 뼈를 생성하는 조골세포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미세 혈관을 수축시켜 뼈로 가는 혈류량을 줄입니다. 과도한 음주 역시 뼈를 튼튼하게 하는 칼슘의 흡수를 방해합니다. 아울러 운동이 부족해지면 뼈를 만들어내는 건강한 자극마저 줄어들어 뼈가 점차 약해지게 되므로 올바른 생활 습관 유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뼈 전이가 발생하거나 뼈가 약해졌을 때 나타나는 신호가 있나요? 일반 통증과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요?
뼈에 광범위한 전이가 있어도 초기에는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점차 허리, 골반, 갈비뼈 주변으로 통증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일반적인 관절염이나 디스크 통증은 움직일 때 심해지고 휴식을 취하면 나아지는 '기계적 통증'의 양상을 보입니다. 반면, 암 전이로 인한 통증은 충분히 쉬어도 잘 가라앉지 않고 지속되며, 아침에 일어났을 때 특정 부위가 30분 이상 뻣뻣하게 굳는 느낌이 드는 특징이 있습니다.
전립선암이 뼈로 전이되었을 때, 검사상 뼈가 오히려 단단해 보인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사실인가요?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일반적으로 다른 암이 뼈에 전이되면 뼈가 텅 비며 약해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하지만 전립선암은 특이하게도 뼈로 전이되면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를 과도하게 활성화시킵니다. 이 때문에 엑스레이를 찍어보면 뼈가 하얗게 보이고, 골밀도 검사에서도 수치가 높게 나오는 '가짜 양성' 소견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겉으로만 단단해 보일 뿐 실제로는 '분필'과 같습니다. 치밀해 보이지만 살짝만 힘을 가해도 뚝 부러지기 쉬운 병적인 상태이므로, 검사 결과는 반드시 전문가가 면밀히 해석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뼈 전이나 뼈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병원에서는 어떤 검사들을 진행하게 되나요?
뼈 전이를 진단하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표준검사는 '뼈 스캔(골 스캔)'입니다. 뼈를 구성하는 성분인 인(Phosphate)에 방사선동위원소를 붙여 주사한 뒤, 뼈의 활성도가 비정상적으로 증가한 부위를 찾아내는 검사입니다. 최근에는 이보다 더 예민하고 정확하게 전립선암을 찾아내는 'PSMA PET-CT'라는 영상 검사도 개발되어 임상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뼈의 밀도와 건강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인 '골밀도 검사(덱사 스캔)'를 시행합니다. 검사 결과는 'T-스코어'로 확인하는데, 수치가 -1.0 이상이면 정상, -1.0에서 -2.5 사이면 골감소증, -2.5 미만이면 골다공증으로 진단하여 그에 맞는 적극적인 보호 치료를 시작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뼈를 보호하면서 암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도 많이 발전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치료제들이 있나요?
뼈 전이가 확인된 경우 뼈를 보호하기 위해 주로 두 가지 표적 치료제를 사용합니다. 첫 번째는 오랜 기간 사용되어 온 '비스포스포네이트(졸레드론산)' 계열의 주사제입니다. 이 약물은 뼈를 갉아먹는 파골세포의 활동을 방해하여 뼈가 약해지는 것을 막아줍니다.
두 번째는 최근에 개발된 '랑크 리간드(RANKL) 억제제', 즉 '데노주맙'이라는 약제입니다. 파골세포와 조골세포의 균형에 관여하는 물질을 억제해 뼈 건강을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두 약제 모두 효과적이지만 약을 중단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반작용 등 각각의 특성이 다르므로 담당 주치의와 상의하여 신중하게 선택해야 합니다.
뼈 건강을 방치하여 골절 등이 발생하면 어떤 위험이 따르게 되나요?
가장 주의해야 할 응급 상황은 '척추 압박 증후군'입니다. 약해진 척추뼈가 부서지면서 신경을 누르게 되면, 갑자기 하반신 근육이 마비되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수 시간 내에 응급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신경이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는 초응급 상황입니다.
또한 낙상으로 인한 고관절 골절도 치명적입니다. 뼈 전이가 있는 전립선암 환자가 넘어져 고관절이 부러질 경우, 신체 활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1년 이내 사망할 확률이 50% 이상으로 크게 높아집니다. 골절 예방이 환자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립선암 환자가 일상에서 뼈 건강을 지키기 위해 실천해야 할 관리법에 대해 조언 부탁드립니다.
첫째, 영양 관리입니다. 뼈를 구성하는 칼슘(하루 1,200mg)과 비타민 D를 충분히 섭취해야 합니다. 유제품이나 뼈째 먹는 생선을 챙겨 드시고, 처방받은 칼슘·비타민 D 복합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근육을 강화하고 뼈를 자극하는 운동입니다. 걷기·계단 오르기 같은 체중 부하 운동과, 실내 자전거·탄력 밴드를 이용한 저강도 저항 운동이 도움이 됩니다. 단, 척추나 갈비뼈 등에 이미 전이가 진행된 분들은 과한 부하가 갈 경우 뼈가 부러질 수 있으므로 주치의와 반드시 상의 후 운동을 선택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낙상 예방도 빠뜨릴 수 없습니다. 안전 매트를 깔고 조명을 밝게 유지하는 등 환경 개선이 필수적입니다. 암 치료는 병원과 의료진을 믿고 맡기시되, 일상 속 식이요법과 운동, 사고 예방을 철저히 병행하신다면 삶의 질을 잃지 않고 건강하게 항암 치료를 이겨내실 수 있을 것입니다.